"잊힐 권리도 지켜야 할 권리입니다"
- 송명빈 DAL 의장 -

SNS를 흔히들 사용하면서 편리해진 점도 많지만 조심해야 할 일도 많아졌지요. 유명인들에게 SNS로 비난을 했다가 고소당하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뉴스에 나오곤 합니다. SNS에 남긴 글이 화근이 돼서 취업에 실패했다는 경험담도, 진위 여부와 관계 없이 꽤나 자주 보이는 얘기죠. 이런 소식에 화들짝 놀라서 자신이 웹상에 남긴 흔적들을 찾아보려 한 경험들, 한두 번쯤은 있을 겁니다.
사실 이런 일들은 SNS가 아니었다면 일어나지 않을 일이죠. 예전에는 유명인에 대한 무슨 비난을 하든, 사석에서 어떤 이야기를 하든 일일이 기록에 남지 않았으니까요. 입으로 한 말은 쉽게 잊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웹에 남긴 흔적은 아무리 사적인 공간이라도 그 흔적이 선명하게 남으니 ‘망각’의 혜택을 누릴 수가 없지요.
그래서 일각에서는 ‘잊힐 권리’를 주장하기도 합니다. 그 중 한 사람은 잊힐 권리를 지키기 위해 아예 사업 아이템을 고안하기도 했는데요, 송명빈 DAL 의장의 사연을 한 번 살펴볼까요?

독특한 사업 아이템입니다. 디지털 에이징 시스템을 고안하신 계기는 무엇인가요?
누구에게나 잊고 싶은 과거가 있습니다. 부끄러워서 지우고 싶은 기록도 있고, 너무나 은밀해서 노출시키고 싶지 않은 행동도 있지요. 이런 일들은 지워버리는 것이 상책입니다. 그러나 현재의 웹 환경은 내가 쓴 글이라도 내가 원한다고 완전히 지워버릴 수 없지요. 내가 쓴 글이나 사진이 포털, 페이스북, 트위터와 같은 여러 SNS로 퍼진 상태라면 손쓸 수가 없지요.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한 결과 탄생한 것이 디지털 에이징 시스템입니다.

어떤 원리를 사용하나요?
게시물과 같은 디지털 정보에 일종의 타이머를 달아놓는 것입니다. 사용자가 글이나 사진을 올릴 때 타이머로 특정 시점을 설정하는 것이지요. 이 시점이 되면 마치 시한폭탄이 터지듯 자료를 삭제해주는 것이 디지털 에이징 시스템의 개요입니다. 이 타이머 정보는 다른 곳으로 퍼갈 때 자료와 함께 움직이기 때문에 여러 SNS로 자료가 퍼졌더라도 한 순간에 모두 삭제할 수 있습니다.

잊혀질 권리에 대해서는 오랜 시간 동안 관심을 기울여 오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2010년 부터였어요. 아내가 초등학교 교사인데, 가르치는 아이 중 하나가 초등학교 3학년 때 인터넷에서 욕한 내용이 너무 퍼져서 이름을 바꾸고 싶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었죠. 아이는 반성하고 있었는데 정작 그런 기록들은 없어지지 않고 남아있으니 교육적으로나 인권 면에서나 참 불합리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이 주제로 2014년엔 책을 내기도 했어요.
타이머로 작동하는 정보 삭제 시스템이 현재의 웹 환경에 적용하기 어렵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습니다.
사실 지금의 네트워크 기술은 불균형하게 발전한 면이 있어요. 만드는 기술은 날로 발전하는데, 없애는 기술은 제대로 발전하지 않고 있으니까요. 음식을 대량으로 만드는 기술이 발전하고 쓰레기 문제가 심각해지고 나서야 음식쓰레기 처리기술이 나타난 것과 비슷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게다가 정보의 기록이라는 것이, 오랜 시간 동안 지식을 보존하는 기반이라 최대한 오래, 선명하게 흔적을 남기는 데 집중하다 보니 정작 지워야할 때는 지워지지 않는 일이 생긴 것이지요.

창조경제타운과는 어떤 지원을 받으셨는지요?
창조경제타운에서 우수아이디어로 선정된 덕분에 개발비를 지원받을 수 있었어요. 엔지니어들의 도움으로 시스템 개발에는 성공하고 2013년 4월에는 특허도 취득했지만 제품화하기는 어려웠던 시점이었죠.
현재 이 시스템을 도입한 곳이 있나요?
제가 기술사업에 대해서는 잘 모르다 보니 특허관리회사에 특허를 위탁했습니다. 다행히 관리회사에서 강원도에 낸 제안이 받아들여져서 강원도청의 웹사이트에 디지털 에이징 시스템이 적용됐어요. 강원도 내 18개 군구 홈페이지에도 범위를 넓히는 것이 목표입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잊힐 권리에 적극적이라 디지털에이징 전문기업인 DAL도 춘천에 세웠지요.

향후 계획은 어떤가요?
디지털 소멸에 대해 학술적인 입장에서 접근하고 있어요. 단순히 SNS의 기록을 삭제하는 것 뿐 아니라 금융 보안이나 정부에서도 디지털 소멸은 꽤 필요한 일이죠. 향후에는 플랫폼에 관계 없이 모든 종류의 디지털 정보를 한번에 다룰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보려 합니다. 현재 여러 강연이나 세미나에 참석하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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