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콘텐츠의 생명인 기획, 창조경제타운의 지원이 중요합니다”

▶ 스토리텔링형 교육콘텐츠로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계신데요, 이전부터 교육 분야에서 일을 하셨나요?
커리어 초반에는 교육과 관련이 없었어요. 웹 에이전시에서 웹 디자이너로 일을 시작했으니까요. 교육콘텐츠에 대한 경험과 역량을 쌓은 것은 영국에 가서였습니다.
▶ 영국회사에서 오래 일하셨다고 알고 있습니다.
일하고 기획하는 법을 배운 곳이 영국이었어요. 영국 생활이 없었다면 지금의 쿠프를 창업하지도 못했겠지요. 한국에서 일했을 때, 다른 기업이나 기관의 일을 해주기만 하다 보니 나 자신의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선택한 것이 영국행이었습니다.
▶ 영국을 선택한 이유가 있었나요?
특별한 이유는 없었어요. 출국을 결심했을 때, 돈도 연고도 없는 해외에 무작정 문을 두드리자니 생각하는 것이 해외 한인회였습니다. 제가 해외 경험이 있는 것도 아니고, 아무래도 현지에서 사시던 분들에게 조언을 구하면서 어떤 일을 할지 모색해봐야 하니까요. 그래서 영국,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브라질까지 연락처를 알 수 있는 한인회에는 모두 메일을 보냈죠. 제 소개하고 그 국가에 가서 어떤 활동을 하고 싶다는 내용을 적은 메일이요. 여기에 가장 긍정적인 답을 보내준 곳이 영국이었고, 주저 없이 영국행을 선택했습니다.
▶ 별다른 정보 없이 새로운 곳에서 일을 시작하기에는 쉽지 않았을 텐데요.
100만원만 들고 무작정 영국으로 갔습니다. 20대 후반인 젊은 나이였다고는 하나 막막했어요. 런던에 있는 현지 한인 기업에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한국 사람들과 한인기업에 다니면서 한국의 일만 하다보니 웹에이전시 근무 당시와 다를 바가 없었죠. 비자와 거처문제 등 여러 사정이 겹쳐 일을 그만두게 됐어요.
▶ 이후에는 현지 기업을 찾아보셨겠군요. 쿠프를 창업하기 전까지 입사하신 때도 이 즈음이었나요?
바로 현지 기업을 찾지는 않았어요. 국내에서도 그렇지만, 현지의 경력이나 학력 한 줄 없는 저를 선뜻 채용하려는 기업이 있을 리 없었으니까요. 그보다는 한인 사회에서 영향력이 있는 분들을 열심히 찾아다녔어요. 제가 생각한 아이디어에 대한 투자처나 지원자를 구해보려고 한 거죠. 물론 막연히 아이디어만 보고 선뜻 투자해주시는 분은 없었습니다. 그래도 그런 분들을 찾아다니고 만나면서 인맥을 넓혀갈 수 있었어요. 그러다 현지 기업 영국인 대표를 소개받아 프리랜서처럼 일을 받게 되었습니다.

김정헌 대표가 작업한 일러스트. 영국에서 일한 경험이 느껴지는 스타일이다. 김정헌 대표는 가급적 다양한 양식을 시도하려 노력한다고 한다.
▶ 그 때 일이 잘 풀렸군요.
시안을 5개 냈는데 5개 다 선정됐어요. 그 대표님께서 이런 경우는 없었다며 칭찬도 들었습니다. 결국 바로 채용될 수 있었어요. 여기에서는 한국에서 에이전시 일을 하던 경험이 도움이 되어서 디자인부터 콘텐츠, 기획까지 업무 전반에 참여하며 경력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 일하셨던 기업이 교육 분야에서 많은 활동을 한 기업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네. 영국 현지에서는 교육 관련 일을 많이 하는 기업이었어요. 당시 클라이언트 중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곳만 해도 BBC나 브리티시 카운슬, 옥스퍼드, 루트릿지, 캠브리지와 같은 곳들이 있었습니다.
▶ 영국에서 일할 땐 어떤 점이 인상적이었나요?
영국이 제국을 세웠던 역사와 제조업보다는 금융과 문화산업과 같은 소프트파워로 부흥을 이끈 나라잖아요. 그래서인지 콘텐츠를 대하는 자세가 남다른 것 같아요. 하나를 만들더라도 새로운 것, 수요자에게 맞는 것을 찾아내려는 노력을 많이 하는 모습에서 저도 많이 배운 것 같아요.
▶ 예를 들어주실 수 있을까요?
영국문화원에서 아랍권 전역을 상대로 하는 웹사이트를 만드는 프로젝트를 우리에게 의뢰한 적이 있었어요. 그래서 저는 메인 시안을 디자인하는 자격으로 이집트 카이로에 파견됐지요. 그 때 놀랐던 것이, 우리 풍토에서는 그렇게 해외 출장을 가면 계획을 촘촘하게 짜서 무언가 결과물을 내놓아야 하잖아요? 그런데 당시 7개월 동안 카이로에서 체류하면서 제가 했던 것은 현지 사람들과 어울리고 현지인 학교를 다니면서 문화를 파악하는 것이었어요.
▶ 다른 일은 없이요?
네. 적어도 아랍권 대상 웹사이트를 기획하는 일과 관련된 구체적인 일은 하지 않았어요. 한동안 생활하고 나서야 제 출장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죠. 카이로 생활에서 알게 된 것이 아랍권 사람들이 싫어하는 색상, 문양과 가독성 있는 레이아웃과 같은, 밖에서는 잘 알지 못했던 문화적인 요소들이었지요.
▶ 콘텐츠를 기획하기 전에 겉으로 보이는 것 뿐 아니라 진짜 현지 문화도 파악하는 것이 목적이었군요.
제대로 된 의미의 현지화죠. 언어만 바꿔서 하고 싶은 말을 전하는 것이 아니라 현지의 문화와 상황에 맞게 현지인들이 듣고 싶어 하는 방식으로 전달하는 것이요. 카이로 출장에서 느낀 바가 참 많았습니다. 콘텐츠 기획은 이렇게 하는 거구나 싶었습니다.
▶ 출장 경험에서 창업하시는 데 중요한 영감을 받으셨을 것 같습니다.
사실 본격적으로 창업을 생각한 계기도 카이로 출장에 가고 나서였어요. 이전부터도 남의 것을 만들어주는 일보다 내 콘텐츠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거든요. 그러다 ‘내가 이집트 사람들의 문화를 이해해서 콘텐츠를 기획할 수 있다면 고국으로 돌아가서 한국 사람들의 문화에 부합하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더 쉽지 않을까’하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 오히려 한국은 레드오션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으셨나요? 특히 교육 콘텐츠 시장은요. 그리고 영국식 콘텐츠 기획방법을 적용하시려고 했던 것 같은데, 시장 특성을 고려하면 한국에서 창업하는 것이 더 어렵지 않았을까요?
영국은 같은 종류의 콘텐츠라도 내용이나 전달방식이 금방금방 바뀌어요. 새로운 것을 시도하려는 성향이 강하고, 또 시장에서도 새로운 콘텐츠가 선전하죠. 그에 비해 한국의 콘텐츠 시장은 보수적이에요. 위험부담을 최소화하려는 합리적인 선택이겠지만, 이미 검증된 모델을 유지하려는 성향이 강하죠. 특히 아이들의 성적과 직접 연관된 교육시장은 더 그렇고요.
하지만 전 한국에서 더 기회가 많다고 생각했어요. 변화를 본 거죠. 아동용 교육시장은 성적과 직접 연관이 없어요. 그래서 새로운 방식이 비교적 많이 시도되는 편입니다. 교구를 이용한 수업이거나 스마트기기를 이용해서 부모가 실시간으로 피드백하고 아이와 교류할 수 있는 솔루션이거나. 아이들의 문화와 흥미를 반영해서 놀이처럼 즐길 수 있게 커리큘럼을 꾸민다면 이 시장에 도전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영국에서 일하던 시절 대표의 선물, ESU 제작자상
▶ 그래서 일단 한국으로 파견을 요청하셨군요. 이전 회사에서는 반대가 없었나요?
네. 여전히 영국 기업 소속으로 한국에서 근무하면서 창업을 준비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찾아보았습니다. 대표님도 격려해주셨고요.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 2011년에 저희가 ESU라는 재단의 상을 받은 적이 있었어요. 윈스턴 처칠이 설립하고 엘리자베스 2세가 최대 후원자로 있는, 영국에서는 권위가 있는 단체죠. 당시 만들었던 영어 교육 어플리케이션이 좋은 평가를 받아서 수상하게 되었는데, 대표님께서 기획자상 외에 제작자상을 ESU에 따로 요청하셨어요. 창업을 준비하는 데 좋은 포트폴리오가 될 거라면서, 한국으로 오기 전 선물로 주신 거였습니다. 제게는 참 고마운 인생 멘토라고 할 수 있죠.
▶ 창업과정은 어렵지 않았나요?
준비도 꼼꼼하게 따져서 했지만, 운이 좋았어요. 창업을 시작하기 전에 소요될 자금을 계산해보고 시장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청년창업자금 융자를 이용해서 창업했는데, 영국의 본사에서 파운드화로 받던 급여가 제가 창업하면서 용역비로 명목이 바뀐 것이 큰 도움이 됐어요. 직접 수출업체로 인정받아서 여러 지원을 받을 수 있었죠. 청주에 보금자리를 마련한 것도 지역 업체로서 집중육성대상에 선정되는 계기가 되었고요. 그래도 나름 철저하게 준비한다고 했는데도 자금 소모가 예상보다 빨라 고민이 많았습니다.
▶ 다행히 지금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신 것 같아요.
최근에 유아용 과학학습 콘텐츠를 만들면서 ‘놀이랑 과학’이라는 브랜드를 리뉴얼 런칭했어요. 이야기를 따라가며 부모님과 함께 여러 가지 교구를 만들고 갖고 놀면서 자연스럽게 과학의 원리를 터득하는 콘텐츠예요. 작년에는 충청북도의 지원으로 중국 투자회사와 LOI, MOU를 체결했고 올해 3월 중국에 중외합자기업을 설립완료했지요. 중국시장에 진출하는 발판을 마련한 계기가 되었어요. 워낙 거대한 시장인지라 차분하게 현지화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중국 창투연맹에서는 유아교육, 소프트웨어 부문 해외전문가로 선정되었다.
▶ 기업을 운영하시기에 필요한 요건을 상당부분 갖추고 시작하셨는데요, 창조경제타운이 어떤 도움이 되었나요?
벤처기업, 기업부설연구소, 품질경영인증 등을 마치고 정부지원사업에 관심을 두고 있었지만, 처음부터 창조경제타운을 생각하고 있던 것은 아니에요. 지금 창조경제타운에서 멘토로 활동하시는 곽부성 ORIN 대표님께 멘토링을 받다가 창조경제타운에 아이디어를 지원해보라고 제안하셨어요. 멘토링도 멘토링이지만 창조경제타운의 아이디어로 선정되면 쿠프 제품의 우수성을 어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것이 이유였죠. 그래서 아이디어를 제안했고, 다행히 좋은 평가를 받아서 멘토링 지원 아이디어로 선정됐습니다. 아직 집중멘토링을 하지는 않았지만 창조경제타운이라는 후광 자체가 정말 큰 도움이 되고 있어요. 별도의 마케팅을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요. 그렇지만 지금도 창조경제타운은 저보다 간절한 사람에게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창업을 준비하시는 분들께는 어떤 조언을 드리고 싶으세요?
제가 조언할 수 있는 입장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아직 성공했다고 하기에는 갈 길이 머니까요. 그래도 경험자로서 몇 가지 조언을 드리자면, 창업을 시작하시기 전에 현실적인 문제를 면밀하게 따져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아이디어가 아무리 좋아도 사업에 필요한 행정절차나 거래 문제, 사무실 임대비용이나 인건비 같은 부수적인 요소들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빛을 보기가 어려워요. 시장조사에 소홀한 바람에 소중한 아이디어가 엉뚱한 타겟에게 선보여서 묻혀버리는 경우도 많고요. 창조경제타운도 창업하시는 분들에게 이러한 도움을 더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기획에 필요한 정보나 조언을 제공해주신다면 창업하시는 분들에게 더욱 든든한 힘이 될 것입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의장 한상우, 이하 코스포)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오는 25일 오전 10시 드림플러스 강남에서 “AI 투명성 법·제도 세미나”를 공동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세미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하고 코스포가 주관하며, 중소벤처기업부 ·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 ·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가 후원한다. 지난 1월 22일 AI기본법이 시행되면서, 스타트업을 비롯한 AI 기업들은 AI의 투명성 확보를 위한 법적 의무를 부담하게 됐다. 산업계에서는 세계 최초로 시행되는 AI기본법이 실제로 어떻게 적용될지 촉각을 세우고 있으며, 현장의 목소리가 향후 제도 운영에 반영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번 세미나는 AI 스타트업이 사전 고지, 워터마크 표시 등 인공지능사업자의 투명성 확보 의무를 이해하고 준수하는 데 필요한 정보와 가이드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됐다. 또한, 법 시행 이후 산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애로사항과 현장 의견을 청취하여 제도 운영상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해외의 AI 투명성 관련 정책·제도 사례를 공유해 국내 제도 운영에 참고할 수 있는 시사점을 논의할 예정이다. 세미나에서는 이지성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사무관이 AI 스타트업 등 참석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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